인플레이션 뜻을 말하다(Feat.중앙은행)

정부가 경제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해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할 것이다. 재산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보다 두려운 일은 없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투자와 정반대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투자를 통해 부를 더욱 늘릴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우리 자산의 가치가 계속 떨어지게 될 것이다.

화폐 가치 하락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인가?

인플레이션은 시중에 유통되는 화폐량이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을 초과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 한 국가에 100만원이 유통되고 라면이 10개 있다고 가정 해볼 때 라면 한 개의 가격은 10만원이 된다. 이후 화폐 유통량은 200만원으로 늘었고 라면은 여전히 10개뿐이라면 라면의 가격은 20만원으로 상승하게 된다.

화폐 유통량이 늘어나면 사람들은 자신이 더 부유해졌다고 느끼는 이유는 예전에 열 명에게 10만원씩 돌아갔다면 이제는 열 명에게 20만원씩 돌아가 소득이 2배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의 구매력은 증가하지 않게 되는데 위에 예시를 든 것처럼 자신이 가진 돈으로 살 수 있는 라면은 여전히 10개뿐이라는 사실과 예전에는 20만원으로 라면 2개를 살 수 있었지만 이제는 라면 가격이 올라서 1개밖에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인플레이션 때문에 자산의 가치가 절반으로 줄어든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자산가들에게 이러한 인플레이션은 마치 악몽과도 같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돈 한 푼 없는 거지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돈 많은 부자는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후진국의 부자들은 자산 대부분을 달러 등의 선진국 화폐로 바꿔서 보관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인플레이션을 결코 통제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했지만 정부도 거시 경제에 대한 이해가 깊지 못한 탓에 화폐 발행량과 수요 공급 사이의 관계를 알지 못해 당시 인플레이션은 언제 세상에 떨어질지 모르는 천재지변이나 다름없었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는데 정부가 화폐를 과도하게 발행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됐지만 많은 국가들의 정부는 화폐 발행을 통해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욕망을 억누르지 못했다. 이유는 힘들게 생산력을 높이는 것보다 화폐를 발행하는 편이 훨씬 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재정 상태가 나빠지면 항상 화폐를 발행해 채무를 갚을 생각만 했고 그 결과 사람들은 그때마다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두고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경제학자들은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준다고 대답한다. 돈의 가치가 그대로라면 사람들은 굳이 소비할 필요를 못 느끼지만 인플레이션을 통해 화폐의 가치가 천천히 떨어지면 사람들은 오히려 저축이나 투자를 줄이게 됨으로 저축해봐야 돈의 가치가 떨어질 뿐이고 투자에도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때 가장 좋은 선택지는 바로바로 소비해 소비는 총수요를 증가시키고 이를 통해 경제가 활성화 되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법률을 동원해서 강제로 소비를 늘린다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지만 인플레이션을 이용하면 이처럼 자연스럽게 소비를 늘릴 수 있어 근대에 들어서 정부가 급격한 물가상승을 막고 인플레이션을 방지하는 이전의 노선에서 약간의 인플레이션을 허용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취업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보다 무서운 디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

디플레이션은 생산력 과잉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언뜻 보면 좋은 현상인 것 같지만 실제로 디플레이션은 수요를 계속 떨어뜨려 사람들은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해 소비를 하지 않게 되어 경제를 악화시키고 경제 불황을 유발한다.

스태그플레이션도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은 보통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경제 성장기에 발생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나면 경제가 침체하는 중에도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한다.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의 혜택은 받지 못하고 오히려 인플레이션의 나쁜 결과만 겪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디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보다 더 큰 문제를 초래하고 해결하기도 훨씬 어렵고 경제에서 수요와 공급을 완전히 일치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희생해야 한다면 인플레이션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 할 정도다.

약한 인플레이션은 적어도 경제 성장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다면 기업의 수익률을 인플레이션보다 높여야 기업은 자본 손실을 면할 수 있게 된다.

중앙은행 – 규칙을 만드는 곳

정부 기관 중 경제를 자극하고 경제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인플레이션을 방지하는 역할을 담장하는 곳은 중앙은행이다. 형식적으로 보면 중앙은행의 역할은 거시 경제를 조절해 경제적 위기를 막고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를 돕기 위해 게임 규칙을 만드는 곳이라 보면 된다.

17세기가 되자 영국처럼 일찍 자본주의를 시작한 나라들은 자유 시장을 통제하지 않으면 시장이 혼란에 빠져 붕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1694년 잉글랜드 은행이 설립되었고 잉글랜드 은행은 이후 300여 년 동안 영국과 대영제국 전체의 중앙은행을 담당해 그 뒤로 많은 나라들이 잉글랜드 은행을 본떠 자국에 중앙은행을 설립했다.

미국 역시 중앙은행을 두 차례 세워 운영했지만 모두 실패해 폐지됐고 그 원인은 중앙은행은 자유 시장을 통제하고 이로 인해 개인의 권리가 침해당한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없었던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의 생활은 더 좋아지지 않게 되자 결국 자유 시장을 가장 지지하던 사람들조차도 경제 위기가 끊이지 않자 중앙은행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된다.

결국 1913년 연방준비제도 시스템이 설립되었고 다른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화폐 유통량과 금리를 조절하는 화폐 정책을 통해서 경제를 조절하고 통제한다. FRB와 다른 중앙은행들의 최종 목표는 단 세 가지다.

  1. 금리를 조절해 경제 성장을 유지
  2.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을 억제
  3. 환율을 안정시켜 투자와 무역 활성화

중앙은행의 정책 중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것은 바로 금리 정책인데 경제 성장이 완만하면 중앙은행은 금리 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증가시켜 경제를 자극한다. 반면에 경제 성장이 너무 빨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금리를 인상해서 경제 성장 속도를 늦추기도 한다. 이렇듯 중앙은행의 역할은 한 나라의 총수요와 총생산력을 동반 성장시키고 격차가 벌어지지 않게 조절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보면 된다.